동암 詩 모음

끈 풀린 구두

동암 구본홍 2022. 11. 8. 17:37

끈 풀린 구두/동암 구본홍

 

여보게,

땀 흘리는 여름

자신이 머물 공간 찾으려고 뜨거운 숨 몰아쉬고 있네

비가와도 목이 마르던 당신도

서투른 각도 틈 사이에서

언젠가는 뙤약볕 중심 열반 위에

떠 있을지 모르는 삶이라네

여보게,

삶은 음악처럼 늘 즐거운 가락이 아니잖아

멀리 응시하며 걸어가다 보면

구름 속 비집고 나오는 햇살 같은 찬란한 황홀을

생의 뼈마디 어디쯤에서

한 번쯤 허락하시리라 기도드려 보지만

엇박자로 세속의 웃음거리가 되기도 하는

멜로디 같은 것이잖아

여보게,

당신 앞에 깊은 숲속에

짙은 그늘이 자리 펴고 눕는다 해도

다시 한번 이른 아침 동해 바다 위로

떠오르는 붉은 빛을

도마 위에 올려 보는 거야

풀리지 않던 목마름의 그 의문들

어둠 속에서 사라졌다 다시

바람에 희석되어 새벽이 일어나는

투명 해 지는 시간을 찾을 수 있을 거야

때로는 흔적없이 타버린 몇 줄기 바람

그늘보다 더 차게

자신이 젖어 있음을 알게 될 거야

당신,

출근할 수 없는 끈 풀린 구두

구멍이 숭숭한 무릎을 모으고

나란히 웅크린 채

여름보다 더 뜨겁게 몸을 달구고

바람이 들여다보고 간 시간이 무겁던

하루하루 68분이 막 넘어가려 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