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암 詩 모음

찡하게 출렁인다

동암 구본홍 2022. 11. 23. 17:51

 

찡하게 출렁인다./ 동암

 

가을 그늘 깊어질 때 나도 찡하게 어둡고

커피 한잔 옆에 두고 생각들이 단풍든다

모두가 사늘히 식는 울림이 큰 절기다

 

내가 자동차 타는 것이 찡하고

내가 걸어가는 것이 찡하고

내가 앉아있는 것이 찡하고

내가 누워있는 것이 찡하고

내가 느끼고 보이는 것들이 다 찡하다

내가 나 보는 것이 찡하고

내가 제일 사랑하는 당신 잠자는 걸 봐도 찡하고

내가 시집 읽을 때도 찡하고

내가 시 쓸 때도 찡하고

내가 나의 삶 뒤돌아보면 찡하고

내가 남은 나의 생 생각하면 찡하다

 

가을엔 들에 핀 작은 야생화를 보면 찡하고

가을엔 가을 새 울음 들으면 찡하고

가을엔 가을비 내리는 것 바라보면 찡하고

가을엔 음악 소리가 찡하다

 

가을엔 병든 사람 보면 찡하고

가을엔 노숙자 바라 보면 찡하고

가을엔 웃음이 찡하고

가을엔 미소가 찡하고

가을엔 가을밤이 찡하고

가을엔 낮 빛이 찡 하고

가을엔 정치인을 보면 더욱 찡하고

가을엔 찡 하고 또 찡 하고

가을엔 출렁이는 산과 들이 모두 찡하다

가을은 찡찡하게 그려진 한 폭 수채화

그러나 지금 나는 살아있다는 사실이다

 

가을 밤 나는 가만히 침묵한잔 마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