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암 구본홍 2022. 10. 26. 16:10
파동
   
  어디에서 와서 머물다 어디로 가는가
  바스락거리는 나뭇잎 하나도 기다리지 않는
  밝고 어두운 곳
  너였다가 나였다가 그 누구였다가
  오고 감에 정해진 곳이 없이
  길 잃은 구름 같이
  주름 진 마른 혀로 무아경의 경계를 핥는 것 처럼
  부질없이 천년의 꿈을 왜 꾸는가
  때론 화풀이 하듯 소나기로
  가끔은 슬픈 미소처럼 보슬비로
  그리움에 잠 못 이루는 여인의 흐느낌처럼 이슬비로
  그러다가 흔들리다 멈추었다가 다시 흔들리면
  천천히 아주 천천히 스쳐 지나가는 바람 같구나
  뒷모습 보이지 않는 파동  어디로 가는가
  마른 영혼 먼 길 떠나고 있는지
  쓰다듬는 볕의 시간 건너가는가
  너도 나도 따라가고 있는가
  상혼의 바람에 다시 눈 뜨는 파동이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