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암 구본홍 2025. 3. 1. 11:50

아직 성난 가시 발톱 내밀며

핏기 잃은 줄기에서

붉은 기운이 뿌리째 팽팽 해 질 때

한 번도 부화하지 못한 회전의 언어들

끝내 해독하지 못한 채

따라온 신발 속에서 둥근 공의 숨소리가 무성한 대문 앞

가끔은 잔소리처럼 따라온 풀잎

마른 입술을 깨물며 아내의 얼굴을 바라본다

우리 집 소파에는 사람들의 웃음소리 피어오르는 듯 따뜻하고

내 속에서 싹트고 있던 우듬지 지류에서

썩지 않는 후회가 시간의 뺨을 데우면

오늘의 후회가 우리 집 고요한 적막을 깨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