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예교실

초서의 맛

동암 구본홍 2025. 3. 29. 10:44

붓의 속도에 따른 초서의 맛

 

초서작품은 변화를 중요시한다. 변화를 모색하는 방법은 다양하겠지만 필묵의 효과로도 가능하다. 필묵의 효과는 빠르고 느림, 멈췄다가 급하게 가는 법, 움직이다가 멈추는 법 등이 있다.

 

다시 말하면 운필의 속도가 변화를 꾀할 수 있다는 말이다. 운필 속도와 필봉의 각도 그리고 필봉착지의 깊이는 필법의 삼요소라 하는데, 이 가운데 운필속도는 초서작품의 가장 중요한 관건이다. 그러나 이 세 가지는 서로 연동이 되어 적절하게 조합이 되어야 하는데 그 중에 속도가 가장 중요하다.

 

역대 뛰어난 서예가의 작품에서 붓의 속도를 잘 관찰해 보면 공통적인 기법은 붓의 속도로 예술적 매력을 돋보이게 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것은 운필속도가 빠르냐? 늦느냐? 빠르다가 늦느냐? 늦다가 빠르느냐?’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4가지 기법을 적절하게 활용해야 하지만, 사실상 우수작품은 붓을 천천히 놀리는 서완徐緩의 기법이 대부분이다. 느릿느릿하게 운필하여 붓을 억제하여 다룬다는 것이다.

 

현대의 서예가들 가운데 초서를 쓰는 것을 보면 붓의 속도가 지극히 빠르거나, 지극히 느리다는 것을 볼 수 있다. 지극히 빠르다 보면, 선에 힘이 없는 현상이 나타나고 유활油滑이나 부활浮滑한 느낌을 주어 유력有力 유경有勁의 맛이 감소하게 되고, 지극히 느리면 변화가 없고 생동감이 없으며 유창미가 없다.

 

초서를 쓸 때, ‘아주 느리게만 쓰느냐? 아주 빠르게만 쓰느냐? 이 두 가지를 조화롭게 할 것이냐?’에 따라 작품의 수준은 달라지고, 우수작품의 다소多少에 따라 그 작가에 대한 평은 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