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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암 詩 모음

더불린에서

동암 구본홍 2023. 7. 26. 13:08

더불린에서/ 구본홍

 

하나둘 털어내고 비워가는 만큼의

가벼움으로 보내는 일월의 끝자락에서

봄날처럼 따뜻한 햇볕 받으며

길가엔 이름 모를

꽃들과 나적막히 숨 내 쉬는 유채꽃들이

넓은 대지 위로

노란 얼굴로 양팔 벌리고 서있다

비 갠 산등성이로 말과 소 떼들이

파릇파릇 돋아난 풀잎

한가롭게 뜯고 있는

더불린 마을 주민들이 지어준 해리라는 이름을 가진

독수리 무리

흑인의 뒷모습

저만치 멀어져 간 발소리 뒤로

노루 한 마리 인연의 질긴 목숨 차게 끊고 뉜 자리

독수리 무리 허공 내려 앉히고

죽음의 붉은 살점

치열한 생존의 다툼이 한창이다

 

나는 그들에게 어떻게 보일까

 

지상에 죽음으로 누워 아직 하늘 오르지 못한

붉은 욕망으로 보일까

연민으로 내가 나를 바라보는 시간

적요의 그림자 내려앉은 산등성이로

푸른 그리움 한 마리

눈 시리도록 침묵하다

검은 새의 날개처럼 솟아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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