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동암 詩 모음 (190)
동암 구본홍과 나눔의 방
靑山兮要我以청산은 나를 보고 懶翁禪師나옹선사 시 제1연 靑山兮要我以無語 蒼空兮要我以無垢 청산혜요아이무어 창공혜요아이무구 聊無愛而無憎兮 如水如風而終我 료무애이무증혜 여수여풍이종아 제2연 靑山兮要我以無語 蒼空兮要我以無垢 청산혜요아이무어 창공혜요아이무구 聊無怒而無惜兮 如水如風而終我 료무노이무석혜 여수여풍이종아 청산은 나를 보고 말없이 살라하고 창공은 나를 보고 티없이 살라 하네 탐욕도 벗어놓고 성냄도 벗어놓고 사랑도 부질없어 미움도 부질없어 물같이 바람같이 살다가 가라하네 버려라 훨훨 벗어라 훨훨 사랑도 훨훨 미움도 훨훨 탐욕도 훨훨 성냄도 훨-훨-훨- 물같이 바람같이 살다가 가라하네 물같이 바람같이 살다가 가라하네 上善若水 最高 최고 의 善 선 은, 물과 같다’ 물은 만물을 이롭게 하면서 다투지 아니하고, ..
그다음 날 단단한 몸을 자랑하던 학창시절 축구선수였던 내 친구 어제 병문안 다녀왔다 만삭인 듯 축구공처럼 탱탱하게 부푼 복부 바라보기조차 위태로웠다 세상은 월드컵 경기로 들떠있는 해묵은 배터리 얼룩 맑은 약물로 씻으며 씻어내며 지금 조용히 기도로 누워 넓은 운동장이 밀려왔다 밀려가는 푸석한 그의 눈빛 속에 빛바래기는 기억의 능선 울컥울컥 차올랐다. 푸드덕 새처럼 날개를 펼치고 날고 싶은 따뜻했던 날개 깃털은 많이 빠진 채 환자복을 축구유니폼처럼 입고 있는 모습 먹물 먹은 한지처럼 해쑥 하다 그는 링거 줄 뽑으면 금방이라도 운동장에 나가 뛸 듯이 입술에 힘주어서 하던 말들이 꼬리를 물고 병실 문 밖으로 함께 따라 나셨다 그의 얼굴은 텅 빈 운동장 하프라인 중앙선처럼 쓸쓸해 보였다 다음 날 오후 전화 한 통..
새벽에 젖다. 내 작은 방 밤새 울림으로 혼자 울다 밤새운 부재중 전화 셋 통 몸의 사이클조차 풀렸다. 다시 나사못처럼 팽팽하게 조여 지는 새벽 비가 추적추적 내린다 뇌관 속에 새긴 한때 허름하게 녹슨 기억들 물무늬 멈출 때까지 희미한 백열등 중얼거리므로 감추면서 애타는 열망 강렬하게 솟구치는 새벽어둠에 푹푹 빠지는 맥박 소리 아직 미명인데 졸음을 털어내지 못한 수척한 가로등이 호흡 한 줄기 가볍게 생각하는 힘을 풀어내면서 사투리로 쏟아지는 빗소리 망망하게 바라보면 새벽바람이 귓가에서 펄럭인다 나의 꽃잎 이유 없이 빗물에 젖는 새벽 새벽 비 참 조용히 내린다 불빛들을 말끔히 닦으면서 차갑게 시달리는 주소 불명의 체류자처럼 창문에 빗방울들이 쓰디쓴 이빨을 갈며 흘러내린다 누군가 하얗게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