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암 구본홍과 나눔의 방
지상의 마지막 꿈 본문
지상의 마지막 꿈 | 구본홍 |
붉은 벽돌담 버티목삼아 앉아있는 | |
등급은 노인을 내려놓고 있는 | |
목2동 514-11번지 | |
밤색 얼굴 볕살 안으로 구겨 넣고 | |
무겁던 발걸음 앙알거림 달래는 파지의 무게 | |
질곡의 맷돌에 한 쫓길 갈아 눕히던 등 휜 삶 | |
가난의 업보 차가운 호흡으로 헹구어 낼수록 | |
땀 절인 손바닥에 삶의 알갱이 들러붙어 서걱인다 | |
옆구리에 차고 있던 이빨 빠진 가위와 검은 비닐봉지 | |
난관 難關을 자르고 자른 것을 담고 | |
그것을 풀어 이름 붙일 수 없는 그것 눌러 죽이고 | |
가치만큼의 가치로 싹둑싹둑 잘려나간 시간 | |
뼛속 깊이 가난의 촉수 | |
너들 떨어진 날들 | |
내 할아버지의 아버지도 그랬던 것처럼 | |
삶은 난관 難關의 뼈들로 쌓인 교도소다 | |
수레바퀴 회전의 수만큼 쌓여가는 냉혹한 수직의 길 | |
뽑아 낼 수 없는 그들 앞에 | |
마지막 꿈을 꾸고 가는 하루 | |
저 굴곡의 문을 열면 헝클어져 옹이진 가난들 | |
사기그릇처럼 깨뜨릴 수 있을까 | |
겨울잠에서 일어난 나무들이 다시 푸른 생명 잉태하듯 | |
머문 시간 위로 잃어버린 찰나 초침처럼 돌아가고 있다 | |
새벽을 피워가던 수레바퀴 파문 차갑다 | |
스쳐 지나가는 것 | |
그 아버지에, 아버지의 아버지처럼 | |
생의 늪지대 지상의 차가운 폐부 肺腑를 찌르는 노인 | |
붙잡으려 해도 붙잡히지 않는 수 없는 호흡이 | |
수많은 빛이 될 때까지 삶을 엮는 눈빛이 차갑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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