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암 구본홍과 나눔의 방
마른 잎의 반란 본문
마른 잎의 반란
수 없는 발자국 지워가는
자신의 무게마저 지탱하기 힘든
그저 태어났으므로 죽을 수 밖에 없었던
그림자 스며드는 반란의 촉수
독초보다 더 축축한 잿빛 하늘 찢어내는
흰머리 풀고 아름다운 무질서의 춤
그 억새 숲 갈 빛 등성이로
바람의 한풀이 보다 떨리던 사지로
그림자 없는 맨발이 되어 머리카락 한 올 없이
붉은 눈동자 속에 빈 하늘 가득 담아
무수한 불면의
생의 비탈 길에 눕는 너
한숨 희미하게 체념하는 보폭의 지문
떨어져 떨어져 떨어져서
차디찬 땅바닥에 뺨을 대고
깊은 사연으로 눈 감는
초취한 설움 얼굴
누이야 누이야 누이 같은 너
산골짜기만큼 적막했던
어떤 때는 자꾸만 네가 그립기도 했다
무겁던 나날 가볍게
너도 나도 난타하여 떨어져
처녀의 피 물 들인
일몰의 한 잎
그림자 하나씩 이끌고 걸어간다
허전하게 눈 감은 낙엽 한 잎
어깨를 툭 친다
내 곁을 떠난 사람들 표표히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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