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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암 詩 모음

마른 잎의 반란

동암 구본홍 2022. 11. 8. 20:11

마른 잎의 반란

 

 없는 발자국 지워가는 

자신의 무게마저 지탱하기 힘든 

그저 태어났으므로 죽을 수 밖에 없었던

그림자 스며드는 반란의 촉수

독초보다  축축한 잿빛 하늘 찢어내는

흰머리 풀고 아름다운 무질서의  

그 억새  갈 빛 등성이로  

바람의 한풀이 보다 떨리던 사지로

그림자 없는 맨발이 되어 머리카락 한 올 없이

붉은 눈동자 속에 빈 하늘 가득 담아  

무수한 불면의

생의 비탈 길에 눕는 너

한숨 희미하게 체념하는 보폭의 지문

떨어져 떨어져 떨어져서

차디찬 땅바닥에 뺨을 대고

깊은 사연으로  감는 

초취한 설움 얼굴

누이야 누이야 누이 같은 너

산골짜기만큼 적막했던 

어떤 때는 자꾸만 네가 그립기도 했다

무겁던 나날 가볍게

너도 나도 난타하여 떨어져

처녀의 피 물 들인

일몰의 한 잎

그림자 하나씩 이끌고  걸어간다  

허전하게 눈 감은 낙엽 한 잎 

어깨를  친다

 곁을 떠난 사람들 표표히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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