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암 구본홍과 나눔의 방
처녀 따오기 /동암 본문
처녀 따오기/동암 | |
어둠을 핥고있는 우물 속 같은 기억의 뒤란에서 | |
문득 이명처럼 우는 그 노래 | |
개밥바라기 뜨는 저녁답 끌고 오던 따오기 | |
발소리도 없이 노래로 와 | |
대문밖에 섰던 그래서 이름이 되어버린 거지 처녀 | |
낮고 음울한 | |
보일 듯이 보일 듯이 보이지 않는 | |
따오옥 따오옥 따옥소리 처량한 소리 | |
찬샘골 마을 영원히 늙지 않는 노래 | |
오오, 기억 속에 남은 내 사랑 같은 이여 | |
머리에 꽃을 꽂고 웃던 | |
분이의 슬픈 맨발처럼 | |
지개위의 나뭇단 속에서 떨던 | |
진달래 같은 파리한 얼굴, 그 여자 | |
덕지덕지 달라붙은 가난의 자국위로 | |
돌멩이를 던지지 마세요 | |
저는 미치지 않았어요 | |
그냥 밀려오는 허기를 달래려고 삶이 곱파 | |
따오기를 부르고 싶었을 뿐이에요 | |
폭력적인 그 질곡의 시대에 | |
한 때 음악 선생님이었다던 따오기 | |
구겨지고 접혀졌던 생의 | |
해진 실밥 틈으로 새어나오던 | |
첫 울음 같았던 그 노래 | |
보일 듯이 보일 듯이 보이지 않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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