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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암 詩 모음

처녀 따오기 /동암

동암 구본홍 2022. 11. 5. 16:57
처녀 따오기/동암
   
   
  어둠을 핥고있는 우물 속 같은 기억의 뒤란에서
  문득 이명처럼 우는 그 노래
  개밥바라기 뜨는 저녁답 끌고 오던 따오기
  발소리도 없이 노래로 와
  대문밖에 섰던 그래서 이름이 되어버린 거지 처녀
  낮고 음울한
  보일 듯이 보일 듯이 보이지 않는
  따오옥 따오옥 따옥소리 처량한 소리
  찬샘골 마을 영원히 늙지 않는 노래
   
  오오, 기억 속에 남은 내 사랑 같은 이여
  머리에 꽃을 꽂고 웃던
  분이의 슬픈 맨발처럼
  지개위의 나뭇단 속에서 떨던
  진달래 같은 파리한 얼굴, 그 여자
  덕지덕지 달라붙은 가난의 자국위로
  돌멩이를 던지지 마세요
  저는 미치지 않았어요
  그냥 밀려오는 허기를 달래려고 삶이 곱파
  따오기를 부르고 싶었을 뿐이에요
   
  폭력적인 그 질곡의 시대에
  한 때 음악 선생님이었다던 따오기
  구겨지고 접혀졌던 생의
  해진 실밥 틈으로 새어나오던
  첫 울음 같았던 그 노래
  보일 듯이 보일 듯이 보이지 않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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