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암 구본홍과 나눔의 방

늦 가을 고추밭 본문

동암 詩 모음

늦 가을 고추밭

동암 구본홍 2022. 11. 9. 14:22

늦 가을 고추밭/동암

 

말없이 어둠 속을

고요히 머리 숙여

두 눈 감은 묵언수행

허공에 기대고 선

아무도

거두지 앉은

저 마른 슬픈 나체

 

버티고 선 짧은 생을

보이지 않는 그곳 향해

지하층층 밀어올린

비밀스런 내력 이젠

조용히

거두고 있는

얼굴 없는 일몰 무릅

 

바람소리 수천 번

밭가장이 잿빛시간

깊디깊은 침묵으로

갈잎 베고 누운 자리

마른 잎

젖어있어도

짧은 여운 긴 번뇌

 

새들도 짐승들도

울음 썩던 네 선 자리

일몰의 말 한 마디

깨우치는 맨 발등

회색 빛

무언의 침묵

서릿바람 덮고있다

'동암 詩 모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새벽에 젖다.  (1) 2022.11.11
밤夜이 일어서다  (0) 2022.11.09
마른 잎의 반란  (0) 2022.11.08
끈 풀린 구두  (0) 2022.11.08
지상의 마지막 꿈  (0) 2022.11.08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