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암 구본홍과 나눔의 방
늦 가을 고추밭 본문
늦 가을 고추밭/동암
말없이 어둠 속을
고요히 머리 숙여
두 눈 감은 묵언수행
허공에 기대고 선
아무도
거두지 앉은
저 마른 슬픈 나체
버티고 선 짧은 생을
보이지 않는 그곳 향해
지하층층 밀어올린
비밀스런 내력 이젠
조용히
거두고 있는
얼굴 없는 일몰 무릅
바람소리 수천 번
밭가장이 잿빛시간
깊디깊은 침묵으로
갈잎 베고 누운 자리
마른 잎
젖어있어도
짧은 여운 긴 번뇌
새들도 짐승들도
울음 썩던 네 선 자리
일몰의 말 한 마디
깨우치는 맨 발등
회색 빛
무언의 침묵
서릿바람 덮고있다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