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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암 詩 모음

바람이 보이네요

동암 구본홍 2022. 11. 13. 12:58

바람이 보이네요

구 본 홍

 

풍선 하나

생명을 불어 넣어요

둥근 얼굴이 생겼어요 눈코 그려 넣으면

따뜻한 바람의 얼굴에 핏빛이 도내요

그립던 얼굴이 보이네요

의 무게 안으로

꽃향기의 비명 같은

아픈 파편들이 둥근 모습으로 태어났어요

일몰의 빛 둥근 등을 떠밀던

서풍이 가끔은 나를 불러 내요

망각妄覺의 늪 속에서 건져 올린 

과거와 미래 넘나드는 그 꽉 찬 내면의 밀도로

팽창하는 삶 둥걸게 일어났어요

내공을 회전하던 바람, ! 어머니

밥과 물 질리지 않는 

덤으로 살던 지난 시간의 한 토막의 살점

세상 안의 세상과 세상 밖의 세상이

있다는 것을 잊고 살았어요

깊은 밤에 반듯이 눕는 것은

분명 이름 없는 바람이거나

먼저 바람으로 되돌아간 기억할 수 없는 누이 같고

비강鼻腔속에 응혈凝血 뽑아내시던

할아버지 같기도 하고

바튼 삶의 숨 고루시던 어머니 같기도 하자만

그래요, 모든 바람의 살로 태어난

아주 오래된 입자들이 바람으로 돌아 갈 날

숨죽이며 조율하고 있어요

목구멍에 걸리는 울음들은

잠이 들면 몽상 속으로 생생하게

내 귀 언저리를 맴돌며 윙윙거리며

바람의 얼굴들이 사방으로 교태를 해요

태양이 온 힘을 다해 쥐어 짜내는 

최초의 몸이면서 생명인 것 바람이 보여요

한 사내가 웃으면서 정거장에 둥글게 풍선으로 서 있어요

조금씩 바람이 빠져 나가고 있어요

지울 수 없는 낡은 그림자 뒤로

본래의 바람의 모습으로 돌아가고 있어요

잠간 머물다 가는 둥근 모습 촉촉한 생이 수축하네요

나프탈렌처럼 생으로 졸아들다 증발하는 삶인가 봐요

이 땅에 비린내를 남기지 말아요

바람이 보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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