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암 구본홍과 나눔의 방
바람이 보이네요 본문
바람이 보이네요
구 본 홍
풍선 하나
생명을 불어 넣어요
둥근 얼굴이 생겼어요 눈코 그려 넣으면
따뜻한 바람의 얼굴에 핏빛이 도내요
그립던 얼굴이 보이네요
生의 무게 안으로
꽃향기의 비명 같은
아픈 파편들이 둥근 모습으로 태어났어요
일몰의 빛 둥근 등을 떠밀던
서풍이 가끔은 나를 불러 내요
망각妄覺의 늪 속에서 건져 올린
과거와 미래 넘나드는 그 꽉 찬 내면의 밀도로
팽창하는 삶 둥걸게 일어났어요
내공을 회전하던 바람, 아! 어머니
밥과 물 질리지 않는
덤으로 살던 지난 시간의 한 토막의 살점
세상 안의 세상과 세상 밖의 세상이
있다는 것을 잊고 살았어요
깊은 밤에 반듯이 눕는 것은
분명 이름 없는 바람이거나
먼저 바람으로 되돌아간 기억할 수 없는 누이 같고
비강鼻腔속에 응혈凝血 뽑아내시던
할아버지 같기도 하고
바튼 삶의 숨 고루시던 어머니 같기도 하자만
그래요, 모든 바람의 살로 태어난
아주 오래된 입자들이 바람으로 돌아 갈 날
숨죽이며 조율하고 있어요
목구멍에 걸리는 울음들은
잠이 들면 몽상 속으로 생생하게
내 귀 언저리를 맴돌며 윙윙거리며
바람의 얼굴들이 사방으로 교태를 해요
태양이 온 힘을 다해 쥐어 짜내는
최초의 몸이면서 생명인 것 바람이 보여요
한 사내가 웃으면서 정거장에 둥글게 풍선으로 서 있어요
조금씩 바람이 빠져 나가고 있어요
지울 수 없는 낡은 그림자 뒤로
본래의 바람의 모습으로 돌아가고 있어요
잠간 머물다 가는 둥근 모습 촉촉한 생이 수축하네요
나프탈렌처럼 생으로 졸아들다 증발하는 삶인가 봐요
이 땅에 비린내를 남기지 말아요
바람이 보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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