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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암 詩 모음

산새와 바람새 그리고 나무새

동암 구본홍 2022. 11. 14. 19:32
산새와 바람새 그리고 나무새  
   
  오늘은 잔잔한 가슴 과녁에 명암의 파문이 겹쳐 꽂힌다
  내 속에 똬리 튼 산새 그리고 그리운 바람새
   
  알집 같은 둥근 의자에 웅크린 저 등 굽은 산새, 아버지
  왠지 금방 잿불처럼 꺼질 듯 위태롭다
  숲 울음 바람새 살갗으로 스며들면
  산새 아버지 오줌 지린 습한 팬티 생각이 난다
  들숨 날숨 모으면서도 떨리는 손으로 속옷 꺼내 주시던
  바람새 어머니, 허공에 그림자 내리지 않아도
  오늘은 보인다! 저 능소화에 몸 비비는 바람의 모습
  지난 매우지 못한 생의 쉼표를 가늠하며
  초체한 산새 아버지 모습 바라보고 계신다
  길 끝과 마음 끝 나란히 서서
  여울 물살 같이 멀리 달아나는 생의 페이지
  아버지란 이름 너무 높고 깊어서
  한 번도 업어보지 못했다
  가깝고도 먼 것이 무엇이었을까
  절필한 내 목소리 능고비 넘고있다
  잡목 숲 엉클어진 내력 이젠 알 것도 같다
  생의 바퀴에 지워진
  낡은 백지의 청구서 내밀어도
  세월이 늙어지도록 빚진 뼈 값 갚지 못한 채
  공복의 빈속을 뒤집어 놓고 나는
  탈진한 생을 당겼다 밀어본다
  촘촘히 열 가시나무새 뿌리내렸던 산새
  이젠 그 갈잎 빛 말씀 찢어 덮고 계신다
  잠시, 나는 만기로 저축해둔 꿈 하나
  마이너스 통장에서 가만히 지우고 싶다
  미움의 누런 잎 눌러 죽이며
  잡목 숲에 내려앉는 어둠 속을 데운다
  생의 폭우 속에서도 남은 아버지 상처
  숨찬 생의 고비 이제야 나의 무등 임을 알겠다
  나의 소리봉 정상은 어디쯤일까
  꾸불텅한 생의 모서리 안으로
  아직 여린 잎 매단
  나무새 깡마른 하루가 촉촉이 젖는다
  하얀 날개 바람새 어머니, 지금 보고 계시나요.
  , 오늘은 더욱 바람 새가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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