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암 구본홍과 나눔의 방
산새와 바람새 그리고 나무새 본문
산새와 바람새 그리고 나무새 | |
오늘은 잔잔한 가슴 과녁에 명암의 파문이 겹쳐 꽂힌다 | |
내 속에 똬리 튼 산새 그리고 그리운 바람새 | |
알집 같은 둥근 의자에 웅크린 저 등 굽은 산새, 아버지 | |
왠지 금방 잿불처럼 꺼질 듯 위태롭다 | |
숲 울음 바람새 살갗으로 스며들면 | |
산새 아버지 오줌 지린 습한 팬티 생각이 난다 | |
들숨 날숨 모으면서도 떨리는 손으로 속옷 꺼내 주시던 | |
바람새 어머니, 허공에 그림자 내리지 않아도 | |
오늘은 보인다! 저 능소화에 몸 비비는 바람의 모습 | |
지난 매우지 못한 생의 쉼표를 가늠하며 | |
초체한 산새 아버지 모습 바라보고 계신다 | |
길 끝과 마음 끝 나란히 서서 | |
여울 물살 같이 멀리 달아나는 생의 페이지 | |
아버지란 이름 너무 높고 깊어서 | |
한 번도 업어보지 못했다 | |
가깝고도 먼 것이 무엇이었을까 | |
절필한 내 목소리 능고비 넘고있다 | |
잡목 숲 엉클어진 내력 이젠 알 것도 같다 | |
생의 바퀴에 지워진 | |
낡은 백지의 청구서 내밀어도 | |
세월이 늙어지도록 빚진 뼈 값 갚지 못한 채 | |
공복의 빈속을 뒤집어 놓고 나는 | |
탈진한 생을 당겼다 밀어본다 | |
촘촘히 열 가시나무새 뿌리내렸던 산새 | |
이젠 그 갈잎 빛 말씀 찢어 덮고 계신다 | |
잠시, 나는 만기로 저축해둔 꿈 하나 | |
마이너스 통장에서 가만히 지우고 싶다 | |
미움의 누런 잎 눌러 죽이며 | |
잡목 숲에 내려앉는 어둠 속을 데운다 | |
생의 폭우 속에서도 남은 아버지 상처 | |
숨찬 생의 고비 이제야 나의 무등 임을 알겠다 | |
나의 소리봉 정상은 어디쯤일까 | |
꾸불텅한 생의 모서리 안으로 | |
아직 여린 잎 매단 | |
나무새 깡마른 하루가 촉촉이 젖는다 | |
하얀 날개 바람새 어머니, 지금 보고 계시나요. | |
아, 오늘은 더욱 바람 새가 그립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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