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암 구본홍과 나눔의 방
생각 본문
네가 나를 보내던 모습 생각이 나니
옷자락 부여잡고 놓아 주질 않았지!
돌아와도 내 얼굴엔 기쁜 빛이 없고는
원망하듯 그리워하듯 그런 기색만 비쳤지
홍역으로 이별하는 거야 내 어쩔 수 없다지만
등창으로 이별하다니 무언가 잘못됐어라
서산 명약을 썼더라면 나쁜 기운 다스려
그런 독이 남몰래 자랄 수 있었으랴
인삼 녹용이나 달여 먹여 볼 것을
맹약이 어찌 그리도 망할 약이던가
지난번 모진 괴로움 네가 겪고 있었을 적에
이놈은 한창 질탕하게 즐기고 있었느니라
푸른 물결 한가운데서 장구치고 놀기도 했고
술집에서 친구들과 술을 따라주며 즐기기도 했어라
내 마음 거칠었으니 재앙 받아 마땅하지!
이러고야 제 어찌 징벌을 면할 건가?
내 너를 소 내로 데리고 가서
서산 언덕 양지쪽에 묻어 둔 그곳에
나도 언젠가 거기 가서 늙을 터이니
이놈을 원망 말고 고이고이 잠들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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