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암 구본홍과 나눔의 방
비행중에는 전화를 받을 수 없어요 본문
비행중에는 전화를 받을 수 없어요/ 구본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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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을 꺼 주세요 | |
단단한 뼈 속에서 단한 번도 깃털이 자라는 것 보지 못했지만 | |
열리지 않는 작은 창밖 잠들지 않는 구름의 미소를 보며 | |
무릎 꾸부리고 둥둥 새처럼 날고 있는데요 | |
삶이 흔들려요 당신, 이젠 낡은 깃털 뽑아 버려요 | |
살 찢어지는 소리 흥건한 혀 감아 올리던 자리 | |
창에 낀 성에 같은 차가운 이빨 끼워 오목하게 씹을 때 마다 | |
바같세상 뜨겁게 못질하는 햇살처럼 아파요 | |
전원이 끓긴 전화기에서 그림 속 바람처럼 | |
보고픈 음성이 들리는 것 같아요 | |
기억에 양각으로 돌출된 그리움 눌러지 마세요 | |
숫자의 행간들이 겨울 밤처럼 잠 들었네요 | |
둥둥둥 수신 할 수없는 날들이 귓속에서 윙윙 거려요 | |
앞 의자에 붙은 모니터가 내 마음 홀랑 벗긴데도 | |
어깨 둥글게 웅크려 잠든 마누라는 꿈과 통화 하나봐요 | |
신발을 벗었어요 저려오는 발목을 올렸다 내렸다 하지만 | |
아내의 숨소리가 날닢 문장으로 통화 중이예요 | |
하늘에 나를 꽂아 허공을 만저 보내요 | |
무거움이 가벼움으로 느낄 때 어지러워요 | |
잠이 오는데요 잠을 잘 수가 없어요 | |
나도 몰라요 일어서서 뒤돌아보니 | |
구름처럼 창백한 얼굴들이 졸고 있어요 | |
화장실 문 앞에서 도둑 고양이 눈빛 같이 | |
백인여자를 옆눈질하는 저 흑인 여자의 마음은 알 수 없어요 | |
여보세요, 물 한잔 주세요 | |
습기 가득한 바람이 그리워요 | |
기억나지 않는 기억들이 긴 목을 스르륵 내 밀다 닫히네요 | |
그런데 왜 몇 시간 동안 목마른 하루가 | |
이렇게 비좁고 딱딱한지 나도 몰라요 | |
가슴에 감아둔 생의 바람꽃 생각해요 | |
누구의 생을 그리워하는 건지 | |
누구의 쭉정이 된 아픔 기억 하는건지 | |
구름처럼 희고 가벼워지고 있어요 | |
지금 몇 시 인가요 흔들려요 하늘을 진동으로 바꿔 놓았군요 | |
내 몸의 열량이 히죽 웃고 있어요 | |
하얀 구름에서는 영혼의 냄새가 나는 것 같아요 | |
지금은 전화 통화 불가예요 다음 기회에 다시 전화 하세요 | |
나는 지금 비행 중인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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