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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암 詩 모음

낡은 구두 한 짝

동암 구본홍 2022. 10. 27. 07:02

 

구두 한 짝/ 구본홍

 

세상을 눌러보며 살던

낡은 구두 한 짝

녹슨 맨발을 내려놓고 서 있다

함부로 살아온

마음 안쪽 굽은 길

뼈없는 모습 내려 놓고 선 자리

캄캄한 시간의 두께만 켜켜이 쌓여

깊은 침묵이 흐른다

어쩌다 빛 잃어가는 세상

끈끈한 정 마저 헹구고

깡마른 발목 동여 맬 출발을 가늠하다

누군가의 생 온 몸으로 떠받치며

달려왔던 길,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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