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암 구본홍과 나눔의 방
관악산이 만삭이다 본문
관악산이 만삭이다
구본홍
먼 바람의 발걸음 소리
봄을 예감하는 나무들 시인처럼 조용하게
더 깊이 뿌리 내린 관악산 중턱에
비명보다 투명한 하늘빛 품은
저 목각의 형상
제 몸 한 톨 물기마저 유산해 버린
죽음 밖으로 내몰린 명상들
세모가 되고 네모가 되어 다시 태어났다
내 마음 어디를 깎아내야 둥근 영혼이 되나
차가운 바람 벗고 간 몸에서는
언젠가 몇 장의 바람의 뼈와 빛살 잉태한 후
청록색 눈 뜨는 진통이 한창인 오르막길
새소리 많이 들린다는 푯말을 지나
상수리나무 가지 끝에 핀 맑은 울음 보인다
더 높이 날아오르고 싶은 시간 흥건한 까치둥지
지독한 산도의 잉잉거림 허공에 눌어붙는다
지상에 웃음소리 발걸음에 묻어 나르면
나무들의 몸속에서 만삭의 태동이 절걱 인다
고사목 등 뒤로 햇살 피워 자리 달군 연주암 마루에
저들처럼 나선의 팔로 앉은 보온병처럼
젖지 않는 그늘로 선 그림자같이, 난
길잡이처럼 따라오던 허기
막걸리 한잔으로 눌러 죽이고
마음의 간 맞추던 하루
어둠은 불빛을 출산하느라 바쁘다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