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암 구본홍과 나눔의 방
천근 만근 본문
보일 듯 말 듯 | |
세상은 흐리고 바람이 불어 | |
키 낮고 힘없는 것 파르르 떠네 | |
비마저 오지 않는 가뭄 날 | |
어찌 저리 풀벌레들 저리 울까 | |
그 가녀린 것들의 생의 한순간 | |
외로움의 떨림 | |
그 떨림의 이쪽에서 저쪽 사이 | |
나는 하나의 그림자를 내려놓고 서 있다 | |
한 획의 먹빛같이 | |
아침이면 천 근으로 졸린다 | |
한 사내가 걸어간다 | |
어둠의 과녁 정 조준하면서 | |
피 뜨거운 그가 찬 배속을 조율하는 밤 | |
밤새워 몸 팔아 허기를 흥정하는 차가운 밤 | |
구겨진 작업복으로 | |
초라한 몸 가려 보지만 | |
눈 뜨고 살아도 어찌 이리 어두울까 | |
새벽 포장마차 | |
장터국수 한 사발 | |
하늘 찌르는 저 높은 빌딩보다 | |
더 부릅다 | |
소태보다 쓴 입안이 졸린다 |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