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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암 詩 모음

더불린에서

동암 구본홍 2022. 11. 12. 12:33

더불린에서/ 구본홍

 

하나 둘 털어내고 비워가는 만큼의

가벼움으로 보내는 일월의 끝자락에서

봄날처럼 따뜻한 햇살 받으며

길가엔 이름 모를

꽃들과 나적막히 숨 내 쉬는 유채꽃들이

넓은 대지 위로

노란 얼굴로 양팔 벌리고 서 있다

비 갠 산등성이로 말과 소 떼들이

파릇파릇 돋아난 풀잎

한가롭게 뜯고 있는

더 불린 마을

주민들이 지어준 해리라는 이름을 가진

독수리 무리

흑인의 뒷모습

저만치 멀어져 간 발소리 뒤로

노루 한 마리 인연의 질긴 목숨 차게 끊고 뉜 자리

독수리 무리 허공 내려 앉히고

죽음의 붉은 살점

치열한 생존의 다툼이 한창이다

 

나는 그들에게 어떻게 보일까

 

들판에 무소유로 선 풀꽃처럼 보일까

지상에 죽음으로 누워 아직 하늘 오르지 못한

붉은 욕망으로 보일까

연민으로 내가 나를 바라보는 시간

적요의 그림자 내려앉은 산등성이로

푸른 그리움 한 마리

눈 시리도록 침묵하다

검은 새의 날개처럼 솟아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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