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암 구본홍과 나눔의 방
더불린에서 본문
더불린에서/ 구본홍
하나 둘 털어내고 비워가는 만큼의
가벼움으로 보내는 일월의 끝자락에서
봄날처럼 따뜻한 햇살 받으며
길가엔 이름 모를
꽃들과 나적막히 숨 내 쉬는 유채꽃들이
넓은 대지 위로
노란 얼굴로 양팔 벌리고 서 있다
비 갠 산등성이로 말과 소 떼들이
파릇파릇 돋아난 풀잎
한가롭게 뜯고 있는
더 불린 마을
주민들이 지어준 해리라는 이름을 가진
독수리 무리
흑인의 뒷모습
저만치 멀어져 간 발소리 뒤로
노루 한 마리 인연의 질긴 목숨 차게 끊고 뉜 자리
독수리 무리 허공 내려 앉히고
죽음의 붉은 살점
치열한 생존의 다툼이 한창이다
나는 그들에게 어떻게 보일까
들판에 무소유로 선 풀꽃처럼 보일까
지상에 죽음으로 누워 아직 하늘 오르지 못한
붉은 욕망으로 보일까
연민으로 내가 나를 바라보는 시간
적요의 그림자 내려앉은 산등성이로
푸른 그리움 한 마리
눈 시리도록 침묵하다
검은 새의 날개처럼 솟아오른다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