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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암 詩 모음

홍등 거리의 내면

동암 구본홍 2022. 11. 18. 21:17

시간의 완벽한 안쪽에 웅크리고 누워 잠들고 싶었다

 

빛의 물려 바람에 눕는 싸한 울음 같은

어느 젊은 불빛이 문턱을 넘고 있다

 

우연이 아닌 뫼비우스의 띠처럼

아주 잠깐 순간의 그늘로 물들이는 서러움

방향 없이 흩어져 꿈틀거리는 비린 향

놀지는 마음 입술에 빨갛게 물들이며

서러움의 검은 뼈를 새워

얼룩진 침대 위에 향기 없는 꽃으로 스러져

연모지정 戀慕 指定으로 절이던 볼록 가슴은

심연으로 되비치는 아득함과

등 뒤의 어둠과 눈앞의 환함이 서로를 풀무질할 때

그들에게 구석의 모서리 갈아 먹혀

표정 없는 모습들이 붉은 꼬마 등 아래 앉아있는

유혹과 갈증이 마르지 않는 골목은

말라버린 눈물의 촉수를 새우며 호객 소리 끈적이는

언제나 그늘 짙은 장밋빛 서러움의 천국

그 깊이에 잠수하는 발걸음은 심해의 아득한 돌섬

 

덜그럭대는 시간 무중력의 차가운 환각 幻覺

그녀의 집에 그림자 없는 바람이

침대 위에 누울 수 있다는 소문은

가슴 쪼개는 곡소리

언제나 가까이에서 멀리 있는 흐린 섬이다

 

여운 길게 남기고 흔적 없이 날아 가 버린 차가운 불빛

숨소리 촘촘 매듭 푸는 대가는 영롱한 일회용이다

돌아 나오는 뒷자리는 그래도 순간의 천국

그 홍등 거리 집어등 불빛이 질퍽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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