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암 구본홍과 나눔의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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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만남
비오는 그 날
나의 생각은 관악산처럼 높았다
내가 바우능선 앞에 멈춰 선 동안
검은 바위옷 위로 또 나뭇잎 위로
네가 종일토록 울고 싶었다는 것을
난 가마득히 몰랐구나
나는 내내 널 붙들고 싶었지만
너는 한마디 말도 전해 오지 않았어
아직 뒤 따르지 못한
살점들이 구름의 뼈 낚고 있었어
속울음으로 찾아온 널 싫어 한 것은 아니었어
가벼움의 힘이여, 잠음岑崟 한 구절 가슴골에 눕히는 절기는
얼룩진 바우너설 위에 인질로 잡혀있는 것 아니었어
천둥 번개 같은 변호인단의 질문에도
무지갯빛 같은 고해성사는 말 못 하는 죽음의 아가리를 원망했어
잠들지 못하는 석순들 삼키고 있었어, 아름다웠어
옴 몸 애무한 너는 공중에서 내려 왔으므로
지상이 환해지도록 함께 꿈꿀 수 없는 너
속옷고름 적시고 바짓가랑이를 붙들어도 달랠 수 없는 울음 이더구나
내가 보여 주지 못할 깊은 곳 네 걸음 닿은 축축한 그 아랫도리 행간에
꽂아 놓은 깃발 어쯤 널 기다렸는지도 모른다
널 흥건히 싸안고 오늘처럼 산에 오르면 생각이 깊어지는 구나
안개가 스멀거렸고 머리카락이 쭈뼛 공기를 잡아 당겨도
수많은 여린 눈들이 돋아 난 한 방울 네 핏덩이 쏴~ 쏴
뜨겁게 검은 바우츠렁 핥아 내리고 휘 감겨드는 젖은 검녹빛 촉수를 꽂아
흘러온 내 독성의 피 해독하고 싶었어
네가 깊은 곳 찾아 머뭇거리는 동안 검은 치매의 하루 울음을 달고
내 안에 네가 살고 잇는 줄 몰랐어
미안 해, 나의 몸은 건천
살아있는 인의 발자국 삼켜버린 네 발자국 모든 것이 빠르게 사라져가는 구나
난 치사량의 마사토 빛 잔날 삼키며 눈물의 배후를 파헤치고 있는 중이네
나뭇잎 들은 계속
사라지는 시간의 몇 쪽 마시고 있어
비비 비는 멈췄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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