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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암 詩 모음

노란 호박

동암 구본홍 2022. 11. 21. 11:45

 

노란 호박/ 구본홍

 

오도독 씹다 삼킨 하늘 끝 달구던 빛

햇살 한모금의 뼈다귀 낯섦에 몸을 떨며

뒤안길

되돌아보는

매듭 풀던 긴긴 날

 

덩굴 손 휘어잡고 녹두 빛 난청 잎들

돌담 위에 걸쳐 놓고 침묵으로 호소하듯

척박한

영혼에 피울

남은 숨을 고른다

 

한줌의 흙덩이에 뿌리박고 한철 범한

감아서 눈감아서 목숨으로 받아내던

그 날에

빚의 염원을

싸락싸락 익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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