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암 구본홍과 나눔의 방
겨울 연밭 본문
겨울 연밭/구본홍
마음에 가둔 것을 비워내는 수행중이다
안거安居 마친 계절에 살갗을 찢고나가
참았던 속울음들이 비애의 늪에 잠겨서
오랫동안 침잠했던 초록빛 묵언들이
천길만길 걸어서 입적하는 뒷모습
세상의 모든 마지막이 이렇다고 말 하듯
바람을 끌어 덮어도 드러나는 시린 발목
얼마를 더 찬 어깨를 떠밀리고 넘어져야
깊숙한 네 등 푸른 멍 들여다볼 수 있을까
처절해서 차라리 아름다운 절망의 숲
어깨위에 쌓인 먼지 바람결에 툭툭 털며
깨끗이
비워낸 몸이
다소곳이 서있다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