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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암 詩 모음

겨울 연밭

동암 구본홍 2022. 11. 21. 11:51

 

겨울 연밭/구본홍

 

마음에 가둔 것을 비워내는 수행중이다

안거安居 마친 계절에 살갗을 찢고나가

참았던 속울음들이 비애의 늪에 잠겨서

오랫동안 침잠했던 초록빛 묵언들이

천길만길 걸어서 입적하는 뒷모습

세상의 모든 마지막이 이렇다고 말 하듯

바람을 끌어 덮어도 드러나는 시린 발목

얼마를 더 찬 어깨를 떠밀리고 넘어져야

깊숙한 네 등 푸른 멍 들여다볼 수 있을까

처절해서 차라리 아름다운 절망의 숲

어깨위에 쌓인 먼지 바람결에 툭툭 털며

 

깨끗이

비워낸 몸이

다소곳이 서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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