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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한시 모음

牧隱목은시고

동암 구본홍 2022. 11. 22. 12:23

牧隱목은시고 제7/ ()

독야(獨夜8(八首)

 

처자식은 경치 좋은 데 놀러가고 / 婦兒游勝境
늙은 나는 집을 지키고 있노라니 老病守窮廬
아직껏 정신 빼어남이 기뻐라 / 尙喜精神秀
이와 머리털은 성글거나 말거나 / 從敎齒髮疎
평생을 그럭저럭 지낼 뿐이니 / 平生聊爾耳
필경에는 정히 어찌할거나 / 畢竟定何如
기억컨대 승죽을 얻어먹을 적엔  / 記得隨僧粥
연기 놀 속에 목어가 움직였었지 / 烟霞動木魚

 

늙은 목은은 기심 잊은 지 오래라 / 老牧忘機久
연래엔 집이 얼음처럼 청결하네 / 年來室似氷
여러 애들은 한창 곤히 자는데 / 衆雛方爛睡
긴 밤에 등불은 꺼지려 하누나 / 長夜欲殘燈
아직 삼업을 맑히지 못했거니 / 但未淸三業
어찌 이승에 떨어질 수 있으랴 / 何曾落二乘
산 놀이엔 봄이 점점 좋아지는데 / 遊山春漸好
다행히 해묵은 오등이 있구나 / 幸有老烏藤

 

세월이 흘러 나는 늙어만 가는데 / 鼎鼎吾將老
유유한 것은 다만 이 마음이로세 / 悠悠只此心
강산은 혼자 노닐기에 알맞고 / 江山宜獨往
풍월은 맑은 읊조림을 요하누나 / 風月要淸吟
학문이야 어찌 고봉을 벗하랴만  / 學豈友高鳳
화하기론 응당 전금을 본받아야지  / 和應師展禽
붓끝에 봄이 한창 광대하여라 / 筆端春浩蕩
화초가 문단에 두루 펼쳐지누나 / 紅綠遍詞林

 

어제 여기 날아온 흰 구름은 / 昨夜白雲來
응당 만 리 밖에서 왔을 텐데 / 應從萬里歸
오늘 아침에 붉은 해가 나오자 / 今朝紅日出
문득 사방 산으로 날아 흩어지네 / 却向四山飛
그림자가 있은들 누가 능히 짝하랴 / 有影誰能伴
무심하기론 세상에 드문 거로다 / 無心世所稀
흘러가는 구름을 보고 있노라니 / 看渠卷舒處
그것만으로도 벌써 기심을 잊었네 / 祇是早忘機

 

산당에 차가운 밤 하도 기니 / 山堂寒夜永
점차 도심이 깊어짐을 깨닫겠네 / 漸覺道情濃
얼음이 녹으니 솥에선 물이 끓고 / 氷釋湯鳴鼎
구름이 옮기니 달은 소나무에 있네 / 雲移月在松
서로 대하면 다 같은 동기이건만 / 相形固同氣
체가 같아야만 서로 용납한다오 / 同體却相容
혼자 읊조리매 생각이 끝없어라 / 獨詠思無盡
슬픈 소리가 귀뚜라미 소리 같네 / 悲聲似砌蛩

 

인생은 맘에 맞는 게 귀중하나니  / 人生貴適意
나 또한 나의 집을 사랑한다오  / 吾亦愛吾廬
흥이 있어도 누구와 함께 말하랴 / 有興將誰語
생각 있으니 문득 태연해지누나 / 忘懷却自如
얼음 녹으니 계곡은 졸졸 흐르고 / 氷消泉谷咽
눈이 다하니 나무숲은 성글어라 / 雪盡樹林疎
그윽한 회포 익숙함은 자신하건만 / 自信幽懷熟
자허부를 지을 길이 막연하구나 / 無從賦子虛

 

구몽은 점치는 관원이 있거니와  / 九夢官有占
한 번 죽음은 하늘이 명한 바로세 / 一死天所賦
자가 계시거니 회가 감히 죽으랴  / 子在回何敢
내 쇠하여 주공을 다시 못 보리라  / 吾衰周不復
영혼은 응당 유명을 통하거니와 / 精魄通幽明
수요는 끝내 천지와 함께한다오 / 壽夭同仰俯
생명 기도할 데 없음을 잘 아노니 / 深知無所禱
하루하루를 조심조심 지낼 뿐일세 / 惕若度朝暮

 

양지쪽 비탈엔 봄이 굼틀거리고 / 陽崖春動盪
음지쪽 구렁엔 눈이 희미한데 / 陰壑雪糢糊
거마의 세속 자취는 전혀 없고 / 車馬塵蹤絶
종어만 외로이 절간에 걸리었네 / 鍾魚梵刹孤
길이 수석 찾기를 생각하느라 / 永懷尋水石
아침부터 저녁까지 오래 앉아서 / 晏坐度朝晡
일만 그루의 낙락장송 아래 / 萬樹長松下
밝은 창 밑에 병든 몸 부치었네 / 明窓着病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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