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암 구본홍과 나눔의 방
초가을[初秋] 본문
정습명(鄭襲明)시
석죽화(石竹花)
世愛牡丹紅 裁培滿院中
세애모단홍 재배만원중
誰知荒草野 亦有好花叢
수지황초야 역유호화총
色透村塘月 香傳娘樹風
색투촌당월 향전낭수풍
地偏公子少 嬌態屬田翁
지편공자소 교태촉전옹
세상에선 모두들 붉은 모란꽃만 사랑하여
정원에 가득히 심고 가꾸네
누가 이 거친 초야에
좋은 꽃떨기 있는 줄 알기나 하랴
어여쁜 모습은 연못 속의 달을 꿰뚫었고
향기는 밭두렁 나무의 바람에 전하네
외진 땅에 있노라니 찾아주는 귀공자 적어
아리따운 자태를 농부에게 붙이네
蛟山許筠 선생 시
초가을[初秋]
不覺初秋夜漸長 淸風習習重凄凉
불각초추야점장 청풍습습중처량
炎炎暑退茅齋靜 階下叢莎有露光
염염서퇴모재정 계하총사유로광
어느새 초가을 밤은 점점 길어지고
맑은 바람 솔솔 부니
쓸쓸함이 더해가네.
불볕더위 물러가고
초가집에 고요함이 감도는데
섬돌아래 잔디밭에
이슬이 맺히네.
습습(習習) : 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오는 상태
염염(炎炎) : 매우 더운
모재(茅齋) : 띠 지붕을 얹은 소박한 집
총사(叢莎) : 촘촘히 자란 잔디
蛟山許筠 선생 시
題僧卷用西潭韻
제승권용서담운
松花茗葉進僧飡 愧把塵容對碧山
송화명엽진승손 괴파진용대벽산
林月未圓蘿逕暗 岫雲初霽石樓寒
임월미원라경암 수운초제석루한
宦游牢落秋將老 禪㓉留連夜向闌
환유뢰락추장로 선활유련야향란
却恨勞生長役役 白頭猶事馬蹄間
각한로생장역역 백두유사마제간
:
솔꽃가루에다 찻잎까지 절간음식 들고나니
티끝 세상에 찌든 내 모습으로
푸른 산을 바라보기도 부끄러워라
숲속의 달은 둥글지가 않아
담쟁이덩굴 덮인 오솔길은 어둡기만 하고
봉우리의 구름이 갗 개어
암 위 암자는 아직도 차갑기만 해라
타향에서의 쓸쓸한 벼슬살이
가을 들면서 더욱 늙었는데
스님 말씀에 메이다 보니
밤은 차츰 깊어가는 구려
한스러워라 괴로운 내 삶이여
검은 머리 희어져도
말위에서만 머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