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암 구본홍과 나눔의 방
11월의 외출 본문
11월의 외출
돌담 위 웅크린 햇살
빛의 질곡의 각도가 좁아진다
안개 자욱한 산골 마을
누군가 내 등을 두드리다 발목 동여매는
옷소매 길어진 그늘 그 반대편에
더는 마러지 않는 나뭇잎들 꿈지럭
흙 이불 속으로 발을 밀어 넣고 있다
바스락 생각이 마른다
내 잠의 반대편에서 뻐꾹새 울음 차가운 그물에 포박당하고
마른 쑥대머리 갈증의 모가지로 하늘 올려다본다
떨리던 맘에 따뜻한 둥지가 되었던 내 어머니처럼
베개 속 수수 씨들이 몸 비벼가며
바스락 문 걸어 잠근 숲의 깊은 잠꼬대를 생각한다
아직 꿈이 맑게 흐르는 옹달샘은
어머니 밤잠 짜깁기하듯
울창 해 지는 겨울밤 행군의 어지럼증 흘려보내고 있다
열쇠 낮은 햇살 끌어 덮는 산골 마을
눈 어두워진 호박 넝쿨손 오므린 담장 위로
바람 띠 따라 쇠기러기 높은 하늘 쓸고 간다
노송의 허리에도 생육 헝클어뜨리는
차고 쓸쓸한 그리움의 허기가 몰아친다
냉기 툭툭 부러트리는
아! 어머니, 따뜻한 당신의 봄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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