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암 구본홍과 나눔의 방
코뚜레나무 지팡이 본문
코뚜레나무 지팡이
동암
차박차박 어디론가 기울어 진 각도 이끌고 간다
바람이 파고든 흔적에서
마르지 않은 기억들이 지문으로 남아
캄캄했던 기억의 방 불 켜고 있어
그래도 여인 아버지 헛기침은 허공을 잡고 누워
단단한 것에서 피고 지던 말라버린 순들이
부풀어 오른 옹이 위로 에인 아픔 삭혀
이끼 낀 시간마저 밀고 가던 바람 한 무리가
손때 묻은 갈라진 틈 사이로 드나들고 있다
꿈을 더듬던 발길 모로 접힌 채
넘어질 듯 아슬아슬하게
한 생의 각질로 시간 갉아 짚어가던 자갈길
똥장군 지고 가던 그 등에 물집 잡힌 아림마저도
쉽게 잠재우지 못할 코뚜레나무 지팡이
높은 문지방을 내다보고 있다
달빛 밟고 다니시던 검정 고무신
길을 안내하던 내공의 고요가 불안하던 지팡이
생의 각도 무너지는 헛발질 사리해서 눕히며
환하게 웃는 영전사진 앞에
누워 이별의 대열 이끌고 가는데요
마른무늬 같은 기억 끌어안고 있는 코뚜레나무 지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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