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암 구본홍과 나눔의 방
사가시집 본문
사가시집 제2권 / 시류(詩類)
夢桃源圖몽도원도에 쓰다 太虛亭集태허정집
무릉이라 그 어디가 이 도원이란 말인가 / 武陵何處是桃源
그 동문을 찾아 올라갈 방도가 없네그려 / 無術躋攀款洞門
말 달려 분쟁하던 때가 어느 연대였던고 / 馳馬分爭幾年代
계잠 농사 짓고 살며 자손이 이미 나왔네 / 鷄蠶生長已兒孫
온 경내엔 꽃이 피어 봄이 항상 존재하고 / 一川花合春長在
사방 절벽엔 구름 짙어 길이 안 보이누나 / 四壁雲深路不分
본래 어부는 흔히 일 만들길 좋아한 거라 / 自是漁郞多好事
그 안의 소식을 끝내 들어보기 어렵구려 / 此中消息了難聞
물방울 뚝뚝 동룡의 누각에 밤은 깊어라 / 水滴銅龍漏刻長
화려한 집에 누워 졸 제 북두는 처량한데 / 畫堂高睡斗凄涼
풍류 회포가 선경 흥취를 저버리지 않아서 / 雅懷不負丹丘興
별천지를 처음으로 옥베개 곁에 옮겨오니 / 異境初移玉枕傍
대나무 집은 쓸쓸해라 깊은 골이 고요하고 / 竹屋蕭疎深洞靜
복사꽃은 보일락 말락 반 시내가 향기롭네 / 桃花掩映半溪香
꿈 깨고 나니 선경의 물색이 그대로인 걸 / 覺來物色依然是
신선이 아득한 데 막혀 있다고 누가 말했나 / 誰道神仙隔渺茫
우연히 세상 피한 게 이게 바로 신선일세 / 偶然逃世是神仙
오솔길을 따라 은밀히 별천지를 통하였네 / 細逕潛通小有天
돌길 뚫고 잔교 놓아라 어느 시대 집인고 / 鑿石架巖何代室
꽃 따고 열매 먹은 지도 햇수를 모르겠구려 / 採花食實不知年
이곳은 희황 시대라 화기 어린 삼춘이요 / 羲皇日月三春裏
바깥의 한진 세상은 전쟁이 끝없었는데 / 漢晉乾坤百戰邊
천고에 지령이 이곳을 누설 않고 숨겼으니 / 千古地靈藏不洩
꿈이나 의거하여 세간에 전할 뿐이고말고 / 要憑淸夢世間傳
산 찾는대서 굳이 근원을 찾을 것 없어라 / 尋山不必强尋源
축지술로 선경 끌어오니 자연의 봄이로세 / 縮地煙霞自在春
꽃은 바위틈에 숨었고 문은 반쯤 닫혔고 / 花隱巖隈門半掩
배는 물가에 가로대었고 물은 편평하구나 / 舟橫浦漵水平分
영지 캐서 시험삼아 상산 노인을 짝할 뿐 / 採芝試伴商山老
수은 고아 상계 진인을 탐한 건 아니로다 / 鍊汞非貪上界眞
인간과의 소식 끊긴 걸 괴이케 생각 마소 / 莫怪人間音問隔
진 나라 피한 게 원래 풍진을 피한 거라네 / 避秦元是避風塵
진작부터 신선 믿어 고상한 생각 맑았기에 / 夙信天人雅想淸
무릉의 봄꿈이 더욱 분명하게 펼쳐졌네 / 武陵春夢轉分明
얽히고설킨 동 어귀는 천 굽이의 길이요 / 縈紆洞口千回路
뜻밖에 만난 은자는 한번 웃으며 맞누나 / 邂逅山冠一笑迎
옥 섬돌 붉은 담장은 자주 가리켜 보이고 / 玉砌丹墻頻指點
자갈밭 띳지붕은 또 가로 세로로 연하였네 / 石田茅屋且縱橫
모시고 놀던 이는 모두 걸출한 유선들이라 / 陪遊盡是儒仙傑
당시에 그림 속 다녔던 일을 기억할 테지 / 記得當時畫裏行
신통한 솜씨 펼치는 고개지를 힘입어 / 賴是神工顧凱之
붓끝에서 도리어 선경의 생각 일으켰으니 / 筆端還有洞中思
신선은 흐릿해라 하늘이 드러내길 아끼고 / 玉仙恍惚天慳露
비단폭엔 삼라만상의 지축을 옮겨놓았네 / 綃幅森羅地軸移
원근의 봉우리들은 숨었다 보였다 하고 / 遠近峯巒相隱映
높고 낮은 꽃나무들은 정히 번성하여라 / 高低花木正紛披
분향하고 서책 가운데 조용히 앉았으니 / 焚香靜坐圖書裏
문득 밝은 창 아래 거허한 때가 생각나네 / 却憶晴窓蘧栩時
조물은 분분하게 소아처럼 장난을 하니 / 造物紛紛戲小兒
정신의 변화를 아득하여 알기 어려워라 / 精神變化渺難知
한단침 가에서는 황량의 밥이 익었고 / 邯鄲枕上黃粱熟
화서향 안에는 밝은 해가 더디었었지 / 華胥鄕中白日遲
나비가 나는 것은 흔히 순서를 취함이요 / 胡蝶悠揚多取次
마우는 절로 희이임을 상상하게 하누나 / 馬牛因想自希夷
몇 사람이나 꿈에 도원동을 들어갔던고 / 幾人夢到桃源洞
매화와 대가 천추에 일단의 기사로구려 / 梅竹千秋一段奇
화려한 집에 족자 하나 높직이 걸렸으니 / 垂垂一簇畫堂高
의장 계획이 극도로 세밀히 표현되었네 / 意匠經營細入毫
기문은 팽택의 절묘함보다 월등하거니 / 作記遠過彭澤妙
시는 퇴지 같은 문호가 짓도록 해야겠네 / 題詩須倩退之豪
그림 펴니 뜻밖에 새로운 생각은 일지만 / 披圖不覺生新想
어찌 붓 밑에 파도를 몰아칠 수 있으랴 / 入筆何曾捲怒濤
만일 고상한 놀이를 모시고 함께한다면 / 若使淸游陪杖屨
응당 이 신세도 신선의 무리에 속하련만 / 也應身世屬仙曹
인간은 기름과 불이 서로 태우는 격인데 / 人間膏火日相煎
신선 경계는 아득해라 어드메에 있는고 / 仙洞迢迢若箇邊
시험하자면 어찌 옥 먹는 법이야 없으랴만 / 欲試豈無飧玉法
돌아가려도 산 살 돈이 없는 게 걱정일세 / 縱歸苦乏買山錢
두보가 찾았던 청정반은 찾지를 못하고 / 未尋杜甫靑精飯
창려의 옥정련만 부질없이 생각하누나 / 空憶昌黎玉井蓮
도규를 빌려서 만일 얻을 수만 있다면 / 乞得刀圭如可得
난학을 타고 신선들을 찾아가고 싶어라 / 願乘鸞鶴訪群仙
귀밑머리 세월은 당당하게 흘러가는데 / 頭邊歲月去堂堂
동화문을 분주하여라 뭐가 그리 바쁜고 / 犇走東華有底忙
좋은 꿈은 명환길에 장구하지 못하기에 / 好夢不長名宦路
돌아가고픈 맘이 먼저 수운향에 있다오 / 歸情先在水雲鄕
조용히 현빈을 기름은 안심하는 약이요 / 靜中玄牝安心藥
한가함 속의 황정경은 늙음 막는 방법이니 / 閑裏黃庭却老方
조만간에 전답과 살 집을 마련하거든 / 早晩求田仍問舍
한 상앗대 봄물에 목란 노를 저으련다 / 一篙春水鼓蘭檣