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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암 詩 모음

투병중인 당신을 생각 하며

동암 구본홍 2023. 2. 21. 11:47

투병중인 당신을 생각 하며/ 동암

 

당신은 온몸으로 아파 울고

나는 깊은 마음으로 울고

서로의 고통의 아귀가 맞지 않았으므로

당신은 술을 좋아했고

나는 사색을 즐겨 먹었다

달콤하고 쓴맛은 서로 다르지만

손을 잡으면 옮겨오는 온기의 불편함도 참으며

나는 내일을 걱정했고 그는 오늘을 즐겼다

악몽을 꾸다 잠에서 깨어나면

침대 아래 신음하며 누워있는 그를 바라보며

우리의 길이 다르다는 것을

꿈의 뜻 해독하느라 깊은 밤을 옭아매고 있었다

삶의 페이지마다 걸렸던 흔적들이

피부병처럼 번진 나날들 깊숙이 뽑지 못할

녹슨 대못들이 삶의 벽에서 견디고 있었다

한 장 더 넘길 수 있을까 하는 달력을 바라보며

당신은 다시 만들어질 화단의 아름다움을 생각하고

나는 텅 빈 방에서 홀로 살아갈 삶을 생각했다

우리는 안과 밖의 세상을

침대 위에서 침대 아래 누워있었다

티브이를 끄지 않았으므로

지진으로 어둠과 밝음의 갈림길 앞에서

당신은 지금 고통 속에서 살아있음을

나는 나를 견디고 당신은 당신을 견딘다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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