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암 구본홍과 나눔의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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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재서류
무른 지식의 부리로 빙하를 부수며 기웃거린다
요동치는 물줄기여 강자의 권태에서 구비 처라
날치는 수면을 꿰어 허공에 재봉하듯
색동실 입에 문 비 맞은 도요새의 비상은
망상의 창에 무지개 인죽 냄새를 기다린다
일기예보 초침은 강의 너비를 제단하고
닳은 붓끝에 별무리가 쏟아진다
상하의 생각 끝 결점에 역비례로
내 이마에 깊은 눈금이 아리도록 드러난다
달마가 하늘 초상화의 무늬를 따
산사태의 원인을 재단해 본다
나비 타고 날아온 백색 위에 수치의 걸음
빈 나뭇가지에 연을 띄워 주연을 편다
이 설계도를 수놓은 검은 먹빛
물 이불 덮고 앓는 공룡의 검은 땀을 닦아
아직 살아 가슴 뛰는 동해에 띄워야
또다시 바람 불면
형체 없이 날아온 씨앗을 물고
제 몸 사를 불꽃을 아른아른 피워 내
열병처럼 흐드러지는 자멸의 춤인 것 처럼
아득한 섬에 닿을 수 있을까
물거품을 쏘아 장마비의 무늬를 그려 보라 한다
지하로 물빛은 탁해서도 물의 그 비대한 몸뚱이는
터지는 의지를 삭히려고 빙하 이승의 저편 달려간
몽상의 날개를 펴고 넘치는 빗줄기를
앞에 닿은 파도 발치에 걸어 결재하리라
결재서류는 시간에서 돋아 시간으로 지는 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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