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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암 詩 모음

관악산이 만삭이다

동암 구본홍 2023. 7. 30. 07:28

관악산이 만삭이다

구본홍

 

태를 태워 묻은 아득히 먼 바람의 발걸음 소리

봄을 예감하는 묵묵히  조용히

그들은 더 깊이 뿌리 내린다

 

몸속 젖빛 응시하던 저 목각의 형상

제 몸 한 톨 물기마저 유산해 버린

죽음 밖으로 내몰린 명상들 생각의 초입 길에

세모가 되고 네모가 되어 다시 태어나 서 있다

 

내 마음 어디를 깎아내야 둥근 영혼이 되나

차가운 바람 벗고 간 몸에서는

청록색 눈 뜨는 진통이 한창인 오르막길

핏줄 열어 꽃을 피우는 헉헉 숨소리 아직은 차다

 

양수 한 잎 갈증 사이로

상수리나무에 올려놓은 맑은 울음

더 높이 날아오르고 싶은

지독한 산도의 잉잉거림 허공에 눌어붙는다

 

 

나무들의 몸속에서 만삭의 태동이 절걱 인다

감격이다, 초산 모의 젖 꽃 빛이 비릿비릿 탱탱해진

자궁의 힘살 심음의 빛 하나 양지쪽으로 밀어낸다

햇살 피워 자리 달군 연주암 마루에 앉자

저 깊은 자궁 안 들여다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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