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암 구본홍과 나눔의 방
관악산이 만삭이다 본문
관악산이 만삭이다
구본홍
태를 태워 묻은 아득히 먼 바람의 발걸음 소리
봄을 예감하는 묵묵히 조용히
그들은 더 깊이 뿌리 내린다
몸속 젖빛 응시하던 저 목각의 형상
제 몸 한 톨 물기마저 유산해 버린
죽음 밖으로 내몰린 명상들 생각의 초입 길에
세모가 되고 네모가 되어 다시 태어나 서 있다
내 마음 어디를 깎아내야 둥근 영혼이 되나
차가운 바람 벗고 간 몸에서는
청록색 눈 뜨는 진통이 한창인 오르막길
핏줄 열어 꽃을 피우는 헉헉 숨소리 아직은 차다
양수 한 잎 갈증 사이로
상수리나무에 올려놓은 맑은 울음
더 높이 날아오르고 싶은
지독한 산도의 잉잉거림 허공에 눌어붙는다
나무들의 몸속에서 만삭의 태동이 절걱 인다
감격이다, 초산 모의 젖 꽃 빛이 비릿비릿 탱탱해진
자궁의 힘살 심음의 빛 하나 양지쪽으로 밀어낸다
햇살 피워 자리 달군 연주암 마루에 앉자
저 깊은 자궁 안 들여다보고 싶다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