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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암 詩 모음

보이쇼, 그 길 걸어 가 본기라

동암 구본홍 2023. 8. 1. 16:41

보이쇼, 그 길 걸어 가 본기라

구본홍

물음표 투성이 생의 뼈 마디 마디 삐걱거리던
시러웠던 삶 얼룩으로 남은 풍경을 더듬머서
옛 그 길을 걸어가 본기라
안있나, 지난 삶의 주름살 골골이
푸른 향기 출렁이던 고향
동숭과 뛰놀던 그때를 생각해 본기라

비포장도로 양쪽 버드나무 줄을 서서
무성한 숲을 이루던 추억의 길
한 세월 삭이면서
있제에,
물러터진 어미의 속마음처럼
꼬인 내장 같은 군내 까-악 차 있는기라
정스럽던 옛길 다스운 꽃 냄새 사라져 버렸는기라
골다공증 허리 굽은 질까에, 아지매
몬쓰는기 까 -악 찻는기라
아부지 삽깽이 달가닥 소리 스민
물 내려가는 도랑에도 개똥벌레 불빛
다 삼켜버린 아픈 잿빛들
안 있나,
날품팔이 하루살이 떠받고 있는기라

요시는 몬씨는 찐지래기 쭈우 갈
엿장사 아제도 없다 아이가
고마 마 아무데나 내삐리 뿌이
봄인데도 수채 냄새가 코를 찌려는 기라
아이고 기억 속에 남아 있는 고향이 아니고
지옥인 기라

보이쇼,
담부랑에 입 쩍 벌리고 고개 내민 석류알
허기 아프도록 치다 본, 춤 흘리던
내 고향은 어디 갔는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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