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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만남

동암 구본홍 2023. 8. 11. 11:26

이상한 만남

 

비 오는 그 날

내 생각은 깊은 굴속처럼 어두워

내가 바우능선 앞에 멈춰 선 동안

검은 바위옷 위로 또 나뭇잎 위로

네가 종일토록 울고 싶었다는 것을

난 가마득히 몰랐구나

나는 내내 널 붙들고 싶었지만

너는 한마디 입담도 전해 오지 않아서

속울음으로 찾아온 널 싫어한 것 아니어서

가벼움의 힘이여,

잠음岑崟 한 구절 가슴골에 눕히는 절기는

얼룩진 바우너설 위에

천둥 번개 같은 변호인단의 질문에도

무지갯빛 같은 고해성사는

말 못 하는 죽음의 아가리를 원망해서

잠들지 못하는 석순들 삼키고 있었어, 아름다웠어

옴 몸 애무한 너는 공중에서 내려왔으므로

지상이 환해지도록 함께 꿈꿀 수 없는 너

속옷 고럼 적시고 바짓가랑이를 붙들어도

달랠 수 없는 울음이더구나

내가 보여 주지 못할 깊은 곳

네 걸음 닿은 축축한 그 아랫도리 행간에

꽂아 놓은 깃발 어쯤 널 기다렸는지도 모른다

널 흥건히 쌓아 안고

산에 오르면 생각이 깊어지는구나

안개가 스멀거렸고 머리카락이 쭈뼛

수많은 여린 눈들이

돋아 난 한 방울 네 핏덩이 쏴~ 쏴

높은 바우츠랑 핥아 내리고

휘 감겨드는 젖은 검 녹 빛 촉수를 꽂아

흘러온 내 독성의 피 해독하고 싶어서

깊은 곳 찾아 머뭇거리는 동안

검은 치매의 하루 울음을 달고

내 안에 네가 살고 잇는 줄 몰라서

미안해, 나의 몸은 건천

 

나뭇잎들은 계속

사라지는 시간의 몇 쪽 마시고 있어

비비 비는 멈췄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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