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암 구본홍과 나눔의 방
이상한 만남 본문
이상한 만남
비 오는 그 날
내 생각은 깊은 굴속처럼 어두워
내가 바우능선 앞에 멈춰 선 동안
검은 바위옷 위로 또 나뭇잎 위로
네가 종일토록 울고 싶었다는 것을
난 가마득히 몰랐구나
나는 내내 널 붙들고 싶었지만
너는 한마디 입담도 전해 오지 않아서
속울음으로 찾아온 널 싫어한 것 아니어서
가벼움의 힘이여,
잠음岑崟 한 구절 가슴골에 눕히는 절기는
얼룩진 바우너설 위에
천둥 번개 같은 변호인단의 질문에도
무지갯빛 같은 고해성사는
말 못 하는 죽음의 아가리를 원망해서
잠들지 못하는 석순들 삼키고 있었어, 아름다웠어
옴 몸 애무한 너는 공중에서 내려왔으므로
지상이 환해지도록 함께 꿈꿀 수 없는 너
속옷 고럼 적시고 바짓가랑이를 붙들어도
달랠 수 없는 울음이더구나
내가 보여 주지 못할 깊은 곳
네 걸음 닿은 축축한 그 아랫도리 행간에
꽂아 놓은 깃발 어쯤 널 기다렸는지도 모른다
널 흥건히 쌓아 안고
산에 오르면 생각이 깊어지는구나
안개가 스멀거렸고 머리카락이 쭈뼛
수많은 여린 눈들이
돋아 난 한 방울 네 핏덩이 쏴~ 쏴
높은 바우츠랑 핥아 내리고
휘 감겨드는 젖은 검 녹 빛 촉수를 꽂아
흘러온 내 독성의 피 해독하고 싶어서
깊은 곳 찾아 머뭇거리는 동안
검은 치매의 하루 울음을 달고
내 안에 네가 살고 잇는 줄 몰라서
미안해, 나의 몸은 건천
나뭇잎들은 계속
사라지는 시간의 몇 쪽 마시고 있어
비비 비는 멈췄는데…….
'동암 詩 모음' 카테고리의 다른 글
회유 (0) | 2023.08.11 |
---|---|
달콤한 저녁이었어요 (0) | 2023.08.11 |
당신 옷 벗고 누워요 (0) | 2023.08.11 |
29분 전 풍경 (0) | 2023.08.05 |
늦여름 얼굴, 당신 (0) | 2023.08.05 |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