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암 구본홍과 나눔의 방
한택 식물원에서 본문
한택 식물원에서
무더기 무더기로 핀 얼굴들이 고와라
갓 태어난 백옥의 살빛 따뜻하다
봄 햇살에 안겨 배냇잠 자는 모습 보면
문득 산부인과 분만실이 떠오른다
여기 몇 호실입니까?
모든 게 있는 그대로 곱고 촉촉한
호실마다 마른 입술 깨물던 산고 치른 자리
자유 없는 몸이 자연스럽게
나사처럼 뒤틀리다
태산을 무너뜨릴 힘에 떠 밀려 나온 아직은 가벼움의 몸짓
정해진 통로를 향해
발버둥은커녕 무참히 오므리고
들리지 않는 비명마저 봉쇄당한 캄캄한 문
세상을 향해 나온다는 것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
향기로운 것은 고요한 어둠을 부수고야 얻을 수 있다는 것
한택 식물원 산실마다 고통을 이겨낸
빛을 내 뿜는 이름들
부채붓꽃, 금낭화, 매발톱, 개불알 꽃
원시의 빙하 빨아올려 벅찬 웃음 터트리고 있다
혼절을 거듭한 고통스러울 때 더욱 아름다운
한택식물원 오월 젖은 방마다
젖 물리시던 어머니 젖비린내로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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