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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암 詩 모음

새벽에 젖다

동암 구본홍 2023. 8. 17. 08:37

새벽에 젖다.

 

내 작은 방

밤새 울림으로 혼자 울다 밤새운

부재중 전화 셋 통

몸의 사이클조차 풀렸다.

다시 나사못처럼

팽팽하게 조여 지는 새벽

비가 추적추적 내린다

뇌관 속에 새긴

한때 허름하게 녹슨 기억들

물무늬 멈출 때까지

희미한 백열등 중얼거리므로 감추면서

애타는 열망 강렬하게 솟구치는

새벽어둠에 푹푹 빠지는 맥박 소리

아직 미명인데

졸음을 털어내지 못한 수척한 가로등이

호흡 한 줄기 가볍게

생각하는 힘을 풀어내면서

사투리로 쏟아지는

빗소리 망망하게 바라보면

새벽바람이 귓가에서 펄럭인다

나의 꽃잎 이유 없이 빗물에 젖는 새벽

새벽 비 참 조용히 내린다

불빛들을 말끔히 닦으면서

차갑게 시달리는 주소 불명의 체류자처럼

창문에 빗방울들이

쓰디쓴 이빨을 갈며 흘러내린다

누군가 

하얗게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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