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암 구본홍과 나눔의 방
어제와 오늘 본문
어제와 오늘/ 동암 구본홍
홍시처럼 빨갛게 익어 몰랑몰랑 해 지는 사이사이
마음 안쪽으로 훅 불어 드는 찬바람
꾹꾹 눌러 두었던 한때의 추억 싫어
어두었던 기억들이 울어 댄다
가을 인가 봐
뚝배기처럼 달구었던 여름
하루 밤사이 이젠 추억이 되어 버렸나 보다
풀벌래 울음 마른 풀이 같이
그림자로 고통 받고 있는 얼굴
마음 달래 줄 수 있는
지금 단풍 잎처럼 물들고 싶다
설램과 떨림 부끄러움과 두근거림 기쁨과 불안
마음이 몰랑몰랑 해 지는 가을 새끼줄처럼 엮겨
나는서각도를 들었고 붓을 들었고 골프채를 들었다
하늘거리는 맑은 빛들과 향기도
나는 그저 집어 들었고 웃었다
그러다 주의를 더듬어보니
어제와 오늘의 간격이 느슨 해 진다
이제
한 새월 떠도는 바람
바다위 물 거품이었던가
나무 사이 흐르는
이름 모를 흔들림 이었다가
가슴 속 스며드는
숨소리 이었다가
소리없이 하늘 높이 날고있는
솔개의 곡예 이었다가
허공을 가르는
내속에 나는
깊은 물 속 돌덩이 이었던가
가슴 깊이 요동치던
망치소리 요
비워진 술잔이요
먼 길 걸어 이젠
내 마음 속에 울려 퍼지는
절간에 퓽경소리 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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