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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암 낙서 방/여행 이야기

금문교 에 서서

동암 구본홍 2022. 10. 28. 11:14

바람의 울음 들리는/ 구본홍

 

갸우뚱갸우뚱 흑과 백이 조화 이루는 이유

무엇일까 질문 던지며

나의 귓전 때리고 지나간다

비 갠 하늘 바람의 잎사귀 무지갯빛 선명한

야자수 열쇠 큰 나무들이 허공 짚고 서 있다

무소유로선 높은 그곳 내다보는 푸른 잎들

그 냉혹한 미소 바람에 묻혀 보내며

세상 속으로 묻은 아픈

끼니와 물 한 모금 갈구한 윙윙 북소리 그 위로 선

유칼립투스나 무는 또 하나를 얻기 위해

허물 미련 없이 벗어 내던진 아픈 자리

구릿빛 바람의 울음 솟구쳐 올랐다 가라앉는다

스스로 더한 고독 속으로 자신 내 맡기는

고통을 희석하려는 하얀 풀꽃의 영혼

말 발굽만큼의 거리로

삶 한 움큼씩 피워 올리며 서 있다

갠 하늘 꽃 빛 선명한 뜰에 비대해진 키 큰나무

삶을 응시하는 눈빛 그 한 마디 읽을 수 없지만

또 다른 만남의 연골 펴 보는 그만큼 생각의 차이에서

햇살은 남루 씻어버린 듯

삶의 화구 속으로 뛰어다닌다

생소한 것에 익숙 해가 지지 않는 마음 뒤 돌아보면

어쩐지 마른 나무토막 핥아내는 것처럼 입안이 텁텁하다.

따뜻한 일월 알 카트라지 옛 교도소 눈앞에 밟히는 샌프란시스코

금문교 다투며 들어오는 급물살 파도

돌아오지 못하는 붉고 거친 슬픈 기억으로 출렁인다

미래를 암시하는 선인장 가시 끝

바람결에 피 울림소리 내며

녹슨 화살촉이라도 남아 있을까 두리번거리는 나를 찔러본다

메마른 시간 위로 뿌리 내린 조슈아 트리 나무처럼

고정불변의 삶 조금씩 양지쪽으로 옮겨간다

그러나 아무도 돌아봐 주지 않아도

나는, 나의 기울임의 중심에서 바람 만큼의 무게 저울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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