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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암 낙서 방/여행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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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암 구본홍 2022. 10. 28. 11:42

데스밸리 거인을 보다/ 구본홍

 

시인들이 쓰다 버린 활자들의 무덤

저 강렬한 표정 잃어버린 것에 대하여 입술 깨물던

책갈피 속 녹아내린 쉼표 하나

먼 길 걸어온 삶의 이정표 그 작은 한 알

하고 싶었던 의미 숨긴 채 세월의 각

바싹 마른 적막으로 매달려

질긴 인연 가 닿을 때도 없이

그는 말없이 낡은 책갈피 넘기며

더 푸른 욕심 같은 어휘 뿌리내릴 자리가 없다.

뜨거움의 속내 핥은 무소유로 선

선인장 가시 같은 서럽고 외로운 질문 있을 뿐

무게 중심 잡던 그 깊은 의미 숨긴 채

숨죽인 속으로 곰삭아 다져 놓은

바람이 벗기고 간 비명보다 더 서걱이는 언어들

몇 장의 수분을 태우며 듬성듬섬 지워진 흔적 위로

불탄 졸음 하나 올려놓을 수 없다

녹슨 철조망에 붙들린 덤불위드처럼

밤을 지새우던 눈빛 켜켜이 에우리고

관절 꺾인 미완성의 물음표들

사막을 말아 갈구하던 자욱한 문장 하나

내 눈의 오아시스에 붉은 열 내려보내는 사막

뜨거운 시간의 알든 뼈들 널브러져

모난 자음들 모음으로 반란이 한창이다

목마른 서향으로 더듬거리며

깊어가던 노을 목마르던 생각의 얼룩처럼 붉어

어둠의 바퀴에 진 눌린 채 향기 없이 흥건하다

이젠 더 이상 서걱거리던 지상의 마른 온기

기억해 내지 못하는 거인 마른 입술 날름거리며

서늘한 영혼의 체온 더듬어 보지만

풍화된 시간의 살 진화되지 못한 한 페이지

바람의 손끝에 침을 발라 넘겨보아도

서럽게도 낡은 문장들만 너부러져 있다

밀어 같은 눈먼 모래알갱이들이

돌아서는 등 뒤에서

페이지 없는 한 줄 시를 읽고 있다

 

, 더스밸리: 미국 네바다주에 있는 거대한 사막

덤불위드: 바람에 굴러다니는 마른 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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