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암 구본홍과 나눔의 방
붉은 입술 한 잎 본문
붉은 입술 한 잎/동암
수묵 빛 그늘 안으로 시간의 행간 사이사이
꽃 피어도 향기 없이 적막한
긴 응시
고추잠자리
느낌표로 나른다
마른 가지에 걸려있는 저
외딴 기억 같은 풀꽃 바라보기조차 아리다
마지막, 눈도 귀도 버린 채
섶도록 유영하는 낡은 일상들
바스락바스락 구겨진 마음
한 벌 가볍게 내려놓고
물소리 핥으며 메마른 귀 씻는다
쪼그려 앉은 햇살 위로
올올이 헤진 기억
핏빛 애환 희오리 쳐 걸어 나와
먼 길 속으로 외마디로 날아간다
시큰둥 저문 길 얼쩡대며
등 굽은 노송들이 울담 넘어 우웅 울 때
하루 치 뙤약볕 중력을 잃고 헤면다
매운 가슴 뚫고 돋아나는 진솔의 흰 환란
마른 풀잎 누워 잠든
절벽을 타고 오르는 매운바람 숨 가쁘다
녹태 낀 울음소리 차가운 귓가로
탈속 脫俗의 몸부림 매캐하게 젖어 든다
바람결 다듬고 벼려
스스로 가벼워지는 무게여!
아직 채 식지도 않은
선체로 구도에 들어 숨차게 지는 잎
무늬조차 버거워서
눈 시린
붉은 입술 한 잎
무표정으로 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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