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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암 詩 모음

무인도

동암 구본홍 2022. 11. 25. 12:50

 

무인도/ 구본홍

 

투명한 울음 핥고 간 터진 곳 그늘 사이

아득했던 물길이 헤죽헤죽 웃고 있다

삭풍에

움츠린 가슴

외로움 닦아낸다

 

이랑의 결을 따라 빗장을 열어젖힌

갯바우 틈새마다 시간의 실뿌리들

닫혀 진

편견의 벽을

헐어내야 하는 것을

 

세월로 곰 삭이던 고적한 눈자위로

홀로 남은 저 적막에 글썽이는 침묵들이

비로소

한 생을 벼려

소망 이고 선 자리

 

남해안 큰 섬 사이 오롯이 기다려 준

어릴 적 꿈을 꾸던 저 학섬 그 언덕에

흘러간

기억의 숲이

고스란히 서있다

 

뱃길도 내어주지 않던 고고한 그 섬도

물소리 귀를 헹구며 얇은 속살 지워내고

세월이

짙어질수록

고집 풀린 그 누공屢空

 

자유의 거센 입김 몰아치며 지나가는

머얼리 저 머얼리 단 하나의 외침 같이

사유의

수평선에 서서

노려보는 작은 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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