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암 구본홍과 나눔의 방
낙화 본문
낙화
말없이 쓰러진 생과 죽음 사이
차갑게 고개 숙이고
바람에 온 몸 맏긴 체
나풀나풀 마른 손 흔드네
예쁘게 우거졌던 두 형 풀들
노화의 골짜기
볕의 일말의 헤아리고
봄날처럼 화사하고
아름다웠던 젊은 의욕들이
철 늦은 슬픈 꽃잎 뚝
생의 짧은 봄 한 철 기억을 지우네
한 세대를 함께 얼굴 마주 보며 살아온
두견이는 피나게 울어
고령 고개 넘는
나그네의 발길을 무겁게 하네
끝 향해 달려가는
몸 밖의 공명이야 다 내어 버리고
고령 고개 위에 가벼움이 무겁게
내 마음 쓰다듬으며 잠들면
들리지 않는 소리
잘 되고 못 되는 것도
되어가는 대로 내어 맡긴 채
누더기 몸뚱어리
생각의 뜨락에 펼쳐 말리며
장차 숨죽이며 살리라고
남은 이 한 몸 낙화 한 송이
세월의 밀물에 젖어
흙밥이 되어
영혼으로 스며 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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