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암 구본홍과 나눔의 방
겨울 오면 본문
겨울 오면 /동암
문틈으로 스며든 찬 바람 온몸으로 덮고
긴 겨울밤 지새우며 가난의 독한 삶 뽑아 올리시던
어마니의 하얀 속울음 같은
눈으로도 깨물어지지 않는 갈대숲 울음 듣는다
고요마저 더 차게 몸을 낮추고
한 번 딱 한 번 오르고 싶었던 노랗고 붉은 겸손들
일어서지 말라 발기하지 말라
잠들게 하는 함성 그 무게 휘몰아칠 때마다
밤을 끌고 가던 어머니 한숨 같은 망초꽃 마른 눈물
차가운 면홀 속으로 빨려가고
허기 못 참고 와락 뭉개지는
기나긴 그림자도 야위어 가는 삶의 언덕 위엔
허공을 쪼개 허기 눌러 잠재우시던 그때 그 촉수 새우고
어머니 누른 앞치마 때국물 얼룩 방울방울 도배 물지 듯
한 잎 두 잎 사락사락 나무들이 똥을 눈다
돌담 낮은 무덤 속까지
겨울, 당신이 들면
깊었던 그림자 흩어진 자리엔
햇살의 문장들은 어디에도 새겨져 있지 않고
허공에 드리우던 푸른 의문의 부호들 어디로 사라졌을까
하늘 한 페이지 닦아내는 풀잎 앓는 소리
아! 우리 엄마가 보고파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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