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암 구본홍과 나눔의 방
파동 본문
파동
어디에서 와서 머물다 어디로 가는가
바스락거리는 나뭇잎 하나도 기다리지 않는
밝고 어두운 곳
너였다가 나였다가 그 누구였다가
오고 감에 정해진 곳이 없이
길 잃은 구름 같구나
주름진 마른 혀로 무아경의 경계를 핥으며
부질없이 천년의 꿈을 왜 꾸는가
때론 화풀이하듯 소나기로
가끔은 슬픈 미소처럼 보슬비로
그리움에 잠 못 이루는 여인의 흐느낌처럼 이슬비로
그러다가 흔들리다 멈추었다가 다시 흔들리면
천천히 아주 천천히 스쳐 지나가는 바람 같구나
뒷모습 보이지 않는 파동처럼 어디로 가는가
마른 영혼 먼 길 떠나고 있는지
쓰다듬는 볕의 시간 건너가는가
너도나도 따라가고 있는가
상혼의 바람에 다시 눈뜨는 파동이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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