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암 구본홍과 나눔의 방
어둠, 깊은 철학이 헤엄친다 본문
어둠, 깊은 철학이 헤엄친다
빛이 순간 사라져 버린 도시
낡은 건물 유리 벽 핥는 죽음의 형식 같은
저 무아의 꿈틀거림
내공의 구상을 이르는 몸짓이며
지적 직관인 얼굴이며 표현의 무덤이다
아마도 그는 운필법과 바람이 서 내려간 서체
소리 없이 읽고 있는 까마득하게 트인 영혼의 눈
검게 몸 달구는 끝없는 무아의 늪이고
깊게 눌러앉은 심해의 맥박이며
언제까지나 차가운 불굴의 외침이다
꽈르릉 꽝 천둥 번개 그 순간에도
그는 기절하지 않고 되새김질 멈추지 않았다
그 어둠이 텔레비전 앞에 둘러앉은 가족사의 일기다
잠들 때면 온기 같은 포근한 어머니 말씀이다
삶의 입구이자 출구인 문이다
밝음보다 어둠의 방정식
교훈보다 더 명확한 표현의 장르이며
몸부림치며 사형장으로 끌려가는 공포의 몸통이다
태어나기 전으로 다시 돌아가야 할 곳
빛보다 더 강한 침묵의 뫼이며
내일을 이끄는 무한의 고리이며
끝없이 가는 이별의 뒷모습이며
점점 멀어져만 가는 오늘이다
나는 잠깐 눈을 감아 본다
검은 아가리는 나를 집어삼킬 듯 입을 벌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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