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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암 詩 모음

겨울 오면

동암 구본홍 2022. 12. 10. 09:04

겨울 오면 /동암

 

문틈으로 스며든 찬 바람 온몸으로 덮고

긴 겨울밤 지새우며 가난의 독한 삶 뽑아 올리시던

어마니의 하얀 속울음 같은

눈으로도 깨물어지지 않는 갈대숲 울음 듣는다

고요마저 더 차게 몸을 낮추고

한 번 딱 한 번 오르고 싶었던 노랗고 붉은 겸손들

일어서지 말라 발기하지 말라

잠들게 하는 함성 그 무게 휘몰아칠 때마다

밤을 끌고 가던 어머니 한숨 같은 망초꽃 마른 눈물

차가운 면홀 속으로 빨려가고

허기 못 참고 와락 뭉개지는

기나긴 그림자도 야위어 가는 삶의 언덕 위엔

허공을 쪼개 허기 눌러 잠재우시던 그때 그 촉수 새우고

어머니 누른 앞치마 때국물 얼룩 방울방울 도배 물지 듯

한 잎 두 잎 사락사락 나무들이 똥을 눈다

돌담 낮은 무덤 속까지

겨울, 당신이 들면

깊었던 그림자 흩어진 자리엔

햇살의 문장들은 어디에도 새겨져 있지 않고

허공에 드리우던 푸른 의문의 부호들 어디로 사라졌을까

하늘 한 페이지 닦아내는 풀잎 앓는 소리

아! 우리 엄마가 보고파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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