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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암 詩 모음

생각

동암 구본홍 2022. 12. 17. 21:12

생각/동암

 

세월 간 절인 나이의 깊이

주름진 얼굴 눈 뜨고

돌아오지 않는 웃음 키우고 있다

독거노인 문지방처럼

허름한 하루가 자꾸 구 불 텅 휜다

그럴 때마다 바람은 허파에

차츰 온기를 잃어가는

새벽잠을 털어내는 허전한 입맛은

하얗게 저항하며 어둠을 올과 맨다.

그럴 때마다 되돌릴 수 없는 시간

맷돌처럼 달아 수면이 삐꺽하면

오줌 줄기는 가뭄의 계곡물처럼

찔끔 몇 방울 떨어뜨리지만

새벽빛처럼 솟구쳐 오르는 욕망은

굽은 허리 통증을 주무르다

허름한 초가집 기둥처럼

일상을 떠 밭이고

붓을 든 손이 떨릴 때마다

세월 먹은 백발이 허혈처럼 차롬차롬 눕는다

긴 겨울잠을 털어낼 때

어쩌면 내 몸은

옹기 속 잘 익은 김장 김치

어쯤 나도 그렇게 간 절어진

배추김치처럼 잘 익을 수 있을까

나는 가만히 어둠의 이마를 짚고

다시 잠을 청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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