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암 구본홍과 나눔의 방
생각 본문
생각/동암
세월 간 절인 나이의 깊이
주름진 얼굴 눈 뜨고
돌아오지 않는 웃음 키우고 있다
독거노인 문지방처럼
허름한 하루가 자꾸 구 불 텅 휜다
그럴 때마다 바람은 허파에
차츰 온기를 잃어가는
새벽잠을 털어내는 허전한 입맛은
하얗게 저항하며 어둠을 올과 맨다.
그럴 때마다 되돌릴 수 없는 시간
맷돌처럼 달아 수면이 삐꺽하면
오줌 줄기는 가뭄의 계곡물처럼
찔끔 몇 방울 떨어뜨리지만
새벽빛처럼 솟구쳐 오르는 욕망은
굽은 허리 통증을 주무르다
허름한 초가집 기둥처럼
일상을 떠 밭이고
붓을 든 손이 떨릴 때마다
세월 먹은 백발이 허혈처럼 차롬차롬 눕는다
긴 겨울잠을 털어낼 때
어쩌면 내 몸은
옹기 속 잘 익은 김장 김치
어쯤 나도 그렇게 간 절어진
배추김치처럼 잘 익을 수 있을까
나는 가만히 어둠의 이마를 짚고
다시 잠을 청해 본다
Comments